개발한 사람

대학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뒤 프랑스어 번역 석사를 졸업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해외 ODA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에서 3년간 통번역사로 일하며 기술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불러일으키는 일과 이를 위해 필요한 과정을 어깨너머로 배웠습니다. 국가 기관이 발주한 프랑스 법령 번역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문화보다 법제도와 정책이 인간 행동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믿습니다. 이를 지탱해 온 인간의 지식 생산, 법제, 행정 시스템과 의지를 존경합니다.

AI라는 단어로 도배된 세상에 도착했습니다. 만약 훗날 AI가 인간을 지배하게 된다면 그 모습은 총을 든 AI가 아니라 관료로서의 AI라고 합니다. 그런데 할루시네이션 비율을 비로소 0%로 만들어 AI가 사실(facts)을 정복한다 하더라도 진실(truth)은 과연 정복될 수 있는 것일까요? 진실은 사실이란 재료에 가치판단을 더해 비로소 형성됩니다. 백번 양보해서 우리가 일정 수의 AI 관료를 허용할 수밖에 없을 때, 인간 대표들은 AI가 조립하는 진실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인간은 가치판단의 불꽃을 간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치판단이 성립하는 토대는 사실(facts)이기 때문에 배우는 방식은 변모할지언정 배움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연습하는 일을 혁신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A bad system will beat a good person every time” - W. Edward Demming

나쁜 시스템은 언제나 좋은 사람을 무력하게 한다. - 에드워드 데밍

의지의 불꽃을 끄지 않고 더 살리는 시스템, 판 자체를 유리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첫 앱인 ‘기억해법’을 만든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수험 공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면, 그 독을 강가 근처로 가져가는 앱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앱은 수험 공부에서 이해의 영역을 타깃팅하지 않습니다. 수험생은 이미 강의와 수험서로 이해를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이해가 기억에 큰 도움이 되기는 하나, 이해가 가지 않거나 이해가 필요하지 않은 자의적인 정보의 나열은 본래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우리는 같은 내용을 반복함으로써 비로소 이해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이토록 어렵게 이해한 것은 쉽게 잊히게 놔두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학습은 강가에서 물을 길어 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 넣는 행위입니다. 이 노력은 학습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학습의 필요조건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습니다.

시스템은 세상의 형식이며 세상을 채우는 내용은 사람들의 의지입니다. 더 나은 길이 있다면 형식은 변화해야 한다고 믿으며 우리를 위한 뾰족한 해결책을 다듬어 나가겠습니다.

아몬드앱스 지예주 드림